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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1. 프롤로그: 봄비 내리는 주말, 부암동으로의 초대

2. 가는 길: 광화문에서 부암동까지 (대중교통 이용)

3. 부암동 첫인상: 고즈넉한 골목길의 정취

4. 무계원(武溪園): 서울 미래유산, 시간을 품은 한옥

5. 목인박물관 목석원(木人博物館 木石苑): 독특한 매력의 언덕 위 박물관

6. 에필로그: 감성이 깊어지는 부암동 산책

1. 프롤로그: 봄비 내리는 주말, 부암동으로의 초대

북악산과 인왕산 자락 아래, 서울 도심 속에서도 고즈넉한 매력을 간직한 마을 부암동.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던 지난 주말 오후, 복잡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차분한 감성에 젖어들고 싶어 부암동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아름다운 한옥 공간 '무계원'과 독특한 목인(木人)들의 세상 '목인박물관 목석원'입니다. 시간이 잠시 멈춘 듯, 봄비와 함께 더 깊어진 감성이 머무는 그곳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2. 가는 길: 광화문에서 부암동까지 (대중교통 이용)

부암동은 대중교통으로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로 나와 바로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 버스: 광화문역 2번 출구 앞 정류장에서 1020번 또는 7212번 버스 탑승

• 하차 정류장: '부암동주민센터·무계원' (정류소 ID: 01-139)

• 소요 시간: 버스로 약 12분 정도 소요

광화문에서 버스를 타고 약 12분 정도 달리니 목적지인 '부암동주민센터·무계원'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3. 부암동 첫인상: 고즈넉한 골목길의 정취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니, 서울 도심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촉촉하게 젖은 거리 위로 우산을 쓴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면서도 여유롭게 오가는 토요일 오후. 이곳은 서울 한켠의 옛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종로구 부암동입니다. 북악산 자락 아래 자리한 조용한 동네로, 예로부터 예술가와 문인들이 사랑했던 곳답게 서울 안에서도 특별히 고즈넉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4. 무계원(武溪園): 서울 미래유산, 시간을 품은 한옥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길을 건넌 후, 왼편에 부암동 주민센터를 두고 첫 번째 골목길(무계정사길)로 들어서 약 5분 정도 걸으면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인 '무계원'이 나옵니다.

무계원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소중한 장소입니다. 서울미래유산은 비록 국가 지정 문화재는 아니지만, 미래 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의미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무계원의 역사가 과거 익선동에 있던 서울시 등록 음식점 1호 '오진암(梧盡庵)'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오진암의 자재를 이곳 부암동으로 옮겨와 새롭게 지은 한옥이 바로 무계원입니다. 그래서인지 대문, 기와, 서까래, 기둥 등 곳곳에서 오래된 시간의 흔적과 멋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자리는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도원(桃園)을 닮았다고 하여, 화가 안견에게 그 유명한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를 그리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유서 깊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무계원은 안채, 사랑채, 행랑채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는 세미나나 강연, 회의 공간 등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내부 촬영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잠시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정갈하게 관리된 한옥 내부와 창밖으로 보이는 고즈넉한 풍경이 어우러져 마음이 절로 차분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 관람 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 휴무일: 매주 월요일

• 관람료: 무료

5. 목인박물관 목석원(木人博物館 木石苑): 독특한 매력의 언덕 위 박물관

무계원에서 나와 다시 무계정사길을 따라 왼쪽 윗길(목인박물관 목석원 방향)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여기서부터는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지는데, 길 양옆으로 보이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집들을 구경하며 오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약 4분 정도 더 올라가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표지판 확인)로 오르면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목인박물관 목석원'에 도착합니다. 마지막 오르막 경사가 상당해서 '차가 여기까지 올라갈 수 있나?' 싶을 정도였지만, 그 끝에는 기대 이상의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목인박물관은 유료(성인 10,000원)로 운영되는 곳이지만, 입장료에 음료나 커피 한 잔이 포함되어 있어 부담이 적습니다.

• 관람 시간: 오전 10시 30분 ~ 오후 7시 (동절기 ~ 오후 6시) / 입장 마감: 폐관 1시간 전

• 휴무일: 매주 월요일 및 설/추석 연휴

• 관람료: 일반 10,000원 / 학생 7,000원 / 어린이 5,000원 (음료 포함)

'목인(木人)'이란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나무로 조각한 전통 목조각을 말합니다. 목석원은 2006년 인사동에서 처음 문을 열고, 2019년 이곳 부암동으로 자리를 옮겨 재개관한 공간입니다. 이곳에는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약 12,000여 점의 다양한 민속 목조각(목인)과 석물(석인)이 보관 및 전시되어 있습니다.

매표 후 들어서면 아담한 카페 공간이 먼저 나오는데, 이곳에서 입장료에 포함된 커피나 음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테이크 아웃도 가능) 잠시 내부를 둘러보니 앙증맞은 목인들과 독특한 자개로 장식된 화장실 문이 눈길을 끕니다. 현재 실내에서는 '민화 그리고 해주 백자'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목석원의 진짜 매력은 야외 전시 공간에 있습니다. 실내외에는 여러 나라의 목인들이 전시되어 있고, 특히 3천여 평의 넓은 야외 전시장에는 한국과 아시아 각국의 석인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룹니다. 삶과 죽음, 민음과 풍습이 깃든 조각들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들이 가득합니다.

언덕을 오르다 보면 중간중간 다양한 분위기의 공간들이 나타납니다. 해태정원, 제주도의 돌 조각들, 부처님 동산 등 테마별로 꾸며진 공간과 함께 윤동주 시인의 시가 적힌 비석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특히 '멍 때리는 터'나 너와집(나무껍질이나 널빤지로 지붕을 인 집) 옆에 놓인 그물 벤치에 앉아 탁 트인 북악산과 북한산 능선을 바라보면 마음이 절로 평온해집니다. 날씨가 좋았다면 가만히 누워 하늘을 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공간이었습니다.

곳곳에 핀 형형색색의 봄꽃(개나리, 벚꽃, 진달래 등)과 오래된 석물, 그리고 한양도성 성곽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5월에 철쭉이 만개하면 더욱 화사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할 것 같습니다.

6. 에필로그: 감성이 깊어지는 부암동 산책

비가 내려 조금은 쌀쌀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차분하고 깊은 감성을 느낄 수 있었던 부암동 산책이었습니다. 정갈한 아름다움을 지닌 무계원과 독특하고 방대한 컬렉션을 자랑하는 목석원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목석원에서 바라보는 북악산과 인왕산의 풍경은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어주는 듯했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더 있었다면, 아기자기한 카페와 맛집들이 숨어있는 부암동 골목길을 더 거닐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여러분도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조용히 걷고 싶을 때, 혹은 특별한 감성을 느끼고 싶을 때, 부암동 무계원과 목석원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분명 기대 이상의 힐링과 여유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